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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활

자국민에게 사기당한 사건

때는 바야흐로 2015년. 제가 코옵을 위해 온타리오 워털루에서 방을 구하던 중에 일어났습니다. 인터넷으로 집을 보던 중, 집이 여러 개가 붙어있는 타운 하우스에 싼 방이 있어서 연락을 하고, 관리자를 만나 그 집으로 갔습니다.

 

열쇠로 문을 열고 2층으로 가니 방이 4개가 있었습니다. 그중에 한 방을 여니 이게 웬일, 비어있어야 할 방에 가구가 꽉 차있는 것이 아닙니까? 관리자는 놀라서 다른 방들을 노크해서 세입자와 얘기를 하는데, 방에서 나온 사람들은 심지어 셋 다 관리자가 모르는 사람. 결국 청문회 같은 대화가 이어지고 그제야 전말을 알아냅니다.

 

인도에 살던 두 남자: A, B
캐나다에 살던 인도 여자: K
K와 같은 집에 살던 두 남자: X, Y

A와 B는 인도에서 살던 중, 캐나다 워털루 대학 교수의 초청을 받아 캐나다로 가야 할 일이 생깁니다.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집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았는데, 우연히 K라는 캐나다 워털루에 사는 인도 여성과 연락이 닿았습니다. K는 자기 집에 방이 4개고 지금 K, X, Y 세 명이 한 방씩을 쓰고 있는데, 자신과 다른 방의 X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으니 A와 B에게 한 방씩 빌려주기로 합니다. 얼마 뒤, A와 B가 캐나다로 왔고, K를 만나 방을 인계받고 지금까지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.

 

일단 K가 이 집을 자기 집인 것처럼 한 게 문제인데,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. 관리자는 서류를 보더니 놀라운 얘길 했습니다. 계약서 상으로 이 집에는 K와 Y만 살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. 결국 X는 이미 전부터 불법적으로 이 집에 살고 있었고, 정황상 K가 X에게도 이 집이 자기 것인 양 세를 놓은 것 같았습니다. K는 아마 X에게도 월세를 받았을 것이고, A와 B에게도 $450 씩, 총 $900을 받았습니다. 다시 말해 K는 마치 자기가 집 전체를 빌리거나 소유한 것처럼 다른 방들을 남에게 세를 놓은 것입니다. 

 

여기서 드는 또 다른 의문. 그럼 지금 집에는 A, B, Y가 살고 있으니 방이 3개만 차있어야 하는데, 왜 빈 방이 없을까요? 물어보니 K는 집 주인인 것처럼 매주 화요일마다 뻔뻔하게 이 집으로 와서 빈 방에 있다 간다는 것입니다. 

 

여기까지 A와 B가 한 얘기인데, 사실 A와 B가 의심을 살만한 것도 있었습니다. 바로 A, B가 아무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, K에게 열쇠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.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만 한데,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관리자에겐 A와 B가 불법적으로 여기 살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.  

 

사건은 관리자가 K와 얘기해보기로 하고 일단락되었습니다.  

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드는 생각이지만,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. 만약 A, B가 계약서를 달라고 했다면? 집세를 낸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면? 열쇠를 달라고 불평했다면? 바로 옆집인 오피스에 가서 한 번이라도 물어봤다면?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.  

그렇다고 A와 B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닙니다. 당연히 사기 친 사기꾼이 나쁜 거지만 내가 아는 만큼 사기당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. 또 A와 B는 K가 자국민이라는 이유로 과하게 믿었을 수도 있습니다. 저도 캐나다 오시는 분 들이 한국인이라는 것만 보고 믿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도 많이 들었습니다. 항상 꼼꼼하게 확인하시고 철저하게 준비하여 사기를 예방해야겠습니다.